왕도둑 호첸플로츠는 텁수룩한 검은 수염에 무서운 매부리코, 머리에는 구부러진 깃털이 달려 있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오른손에는 권총을 들고 있다. 폭이 넓은 가죽 허리띠에는 언월도 한 자루와 단도 일곱 자루가 꽂혀 있다. 호첸플로츠가 얼마나 못된 도둑이냐 하면, 매일같이 신문에 날 정도이다. 모두들 그를 끔찍이 두려워하고, 심지어 경찰관인 딤펠로저 경위마저 그랬다. 악당 호첸플로츠가 하필 카스페를 할머니가 아끼는 커피 기계를 뺏어 간다. 카스페를이 친구 제펠과 함께 할머니 생일에 선물한 것이고, 헐머니는 새 커피콩 가는 기계를 갖고부터 집 앞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며 커피 가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악당이 할머니의 큰 재미를 앗아가 버렸다. 카스페를과 제펠은 도둑 호첸플로츠를 잡아 커피 기계를 다시 찾아드리려고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호첸플로츠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한다. 호첸플로츠의 집이 어디인지 알아낼 멋진 생각을 카스페를이 해 낸다. 카스페를과 제펠은 빈 감자 궤짝 가득 곱고 하얀 모래를 퍼 넣는다. 감자 궤짝 뚜껑을 덮고 못을 박은 뒤 궤짝 위에 글자를 쓴다. “취급 주의 금!!” 궤짝 밑바닥에는 작은 구멍을 뚫어 모래가 졸졸 떨어지게 한다. 준비를 단단히 한 뒤 카스페를과 제펠은 손수레에 궤짝을 싣고 숲으로 간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뒤 호첸플로츠가 나타나고, 카스페를과 제펠은 도망친다. 시간이 지난 뒤 모래의 흔적을 따라가면 호첸플로츠를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카스페를과 제펠은 흐뭇한 마음으로 호첸플로츠가 감자 궤짝을 끌고 가는 것을 본다. 숲 모퉁이에 한참 동안 숨어 있다가 모래 자국을 따라간다. 아, 그런데, 어쩌랴. 숲 속 땅바닥에 난 모래 자국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할 수 없이 카스페를과 제펠은 두 갈래 모래 자국을 따라 헤어져 포로가 된다. 카스페를은 위대하고 사악한 마법사 페트로질리우스의 머슴이 되고, 제펠은 호첸플로츠가 원하는 일을 해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그러나 이들은 모자를 바꿔 써서 호첸플로크와 페트로질리우스를 속인다. 덕분에 호첸플로크는 페트로질리우스에 의해 피리새가 되고, 페트로질리우스는 두꺼비 못의 검은 물속에 처박힌다. 두꺼비로 바뀐 요정 아마릴리스 덕분이기도 하다. 요정은 손가락에서 가느다란 금가락지를 빼냈어.
“이 반지를 잘 간직하세요! 이것은 마술 반지랍니다.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줄 거예요. 무슨 소원이든 말해도 좋아요. 반지를 돌리며 소원을 말하면 이루어 질 거예요. 자, 손을 이리 주세요, 카스페를!”
요정이 말했어.
카스페를의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졌어. 그는 요정 아마릴리스에게 교맙다고 말했지. 그러자 요정 아마릴리스는 고맙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라고 대답했어. (125 - 126쪽)
카스페를과 제펠은 피리새로 변한 호첸플로크가 들어있는 새장을 함께 들고 돌아온다.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주는 마술 반지는 꼭 필요한 곳에 쓴다. 호첸플로크가 태운 카스페를의 뾰족 모자를 달라고 하기, 할머니 커피 기계를 찾아오기, 그리고 새장 속의 피리새가 다시 도둑 호첸플로츠로 돌아오기! 피리새가 다시 도둑 호첸플로츠로 돌아오는 장소는 경찰서다. 딤펠로저 경위와 할머니까지 있는 경찰서에서 카스페를과 제펠은 호첸플로크가 잡히도록 한다. 한바탕 모험이 끝난 뒤 할머니는 일평생 제일 독한 커피를 끓인다. 할머니는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고, 카스페를과 제펠은 배가 아플 때까지 거품 크림을 얹은 자두 과자를 먹는다.
어린이책의 로벨문학상, 안데르센 상 수상작가 프로이슬러가 쓴 독일 어린이들이 뽑은 가장 재미있는 동화책. 작가는 주인공 아이들의 모험에 마법사와 요정, 변신이야기 등을 등장시킴으로써 도둑 이야기를 환상적 모험 소설로 격상 시킨다. 이 동화에서 경찰아저씨들이 늘 도둑을 놓치는 것은 아이들처럼 상상력을 움직여 도둑의 숲과 마법의 공간으로 들어가지 못 하기 때문이다.
1. 단도 일곱 자루를 찬 사나이
2. 경찰을 돕자
3. 취급 주의, 금!
4. 복수를 하고 말겠다!
5. 변장을 잘 해야지!
6. 후춧가루 맛 좀 봐라!
7. 이 일을 어째?
8. 위대하고 사악한 마법사
9. 한밤의 모험
10. 될 수 있는 대로 멍청하게
11. 불쌍한 제펠
12. 지하실엔 문이 세 개
13. 두꺼비의 비밀
14. 고원을 향해
15. 모자 주인
16. 사내대장부는 두말을 안 해
17. 마법사 츠바켈만의 종말
18. 요정 아마릴리스
19. 마술 반지
20. 딤펠모저 경위의 굉장한 하루
21. 커피와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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