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세트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리스본행 야간열차 세트 여자가 이마에 쓴 숫자를 지우려고 거울 앞에 선 그는 그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을 느꼈다. 수수께끼 같은 붉은 코트의 여자가 필사적으로 잡으려 했던 인생의 한 조각이 그레고리우스라는 단단한 우주에 균열을 낸 것일까. 아니면 여느 때와 똑같이 시작한 그 날 키르헨펠트 다리에서 문득 고개를 들어 베른 시 역사박물관 뾰족탑과 구르텐 산 그리고 푸른 빙하수를, 평생을 살아온 낯익음의 세계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본 것이 시작일까.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의 삶을 바꾸어 놓은 그날은 그렇게 시작했다. 비가 내린다는 것만 빼고는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그레고리우스의 삶이 우연의 실타래에 엮여들었다. 우연히 .. 이전 1 다음